Ⅰ. 나눔과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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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단죄는 거울의 이면과 같다. 한쪽으로는 빛을 받아 자태를 뽐내고, 다른 면으로는 본 모습을 감출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 조상들은 다리가 양쪽을 연결하는 동시에 나누는 곳으로 생각하였다. 사찰의 다리는 속계와 불계(佛界)를 나누는 영역 구분이며, 마음에 남은 미진(微塵)을 깨끗하게 버리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라는 수행의 상징이 되어왔다.
Ⅱ. 빼지도, 더할 수도 없는 완벽함
구름다리[虹霓橋]는 일찍이 삼국시대 산성이나, 고분벽화에도 남아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완전한 아치 구조는 에트루리아 건축과 그것을 계승한 로마건축에서 널리 사용되어 고대 이집트·그리스의 상인방식(上引枋式) 구조와 함께 석조건축의 2대 기본형식이 되었다. 우리 나라 고대문화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와 인도에서 기원하여 이른바 ‘비단길’을 통해 유입된 것들이 부지기수로, 구름다리 역시 같은 경로를 통해 전해졌을 것이다. 마치 무지개 모양과 같다 하여 ‘구름다리’, ‘홍예교’라고 하며 영어로는 ‘Arch’로 통칭된다.
홍예교는 계곡의 양끝을 연결하는데 사용된다. 계곡의 두 지점을 수평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지지하였을 때 최대의 힘을 발휘하기 때문으로, 석재의 우수한 압축력을 이용하여 지간을 최대로 넓힐 수 있는 형식이며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홍예교는 계곡 양쪽에서 돌을 쌓아 올라가다 다리 중앙에 이맛돌(Key Stone)로 불리는 쐐기모양의 마지막 석재를 넣음으로써 완성된다. 지금은 시멘트를 사용하지만 옛 기법에 따라 만들어진 홍예교는 별도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마치 계곡 위에 떠 있는 모습인데 이맛돌만 빠져나가지 않으면 홍예교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Ⅲ. 사찰 구름다리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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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는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다리로서 국보 제23호로 지정되어 있다. 아래 위의 층계 사이에는 중간에 한 번 쉬고 올라갈 수 있는 ‘참’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참’을 만들기 위해 다리 아래에 홍예가 있다. 청운·백운은 푸른 구름과 흰 구름다리이다. 구름은 하늘 높은 곳에 있으므로 구름을 타고 천상세계로 올라가는 걸 뜻하며, 다리 아래는 속세가 되고 위는 불국토를 상징한다. 지금은 다리 아래로 물이 흐르지 않지만 원래는 물 흐르는 ‘구품연지’가 있어 더욱 장엄하였을 것이다.
보물 563호로 지정된 흥국사 홍교(興國寺虹橋)는 조선 인조 17년(1639)에 세워진 다리로, 홍예 중간에는 양쪽으로 마룻돌이 튀어 나와 그 끝에 용머리를 장식하여 용이 다리 밑을 굽어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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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400호 선암사(仙巖寺) 승선교(昇仙橋)는 1713년 호암 대사가 6년 만에 완공하였다. 1698년(숙종 24년) 호암 대사가 관음보살의 친견을 위해 백일기도를 하였지만 뵙지 못하자 낙심하여 벼랑에서 몸을 던지려 하는데, 한 여인이 나타나 대사를 구하고 사라졌다. 대사는 자기를 구해주고 사라진 여인이 관음보살임을 깨닫고 원통전을 세워 관음보살을 모시는 한편, 절 입구에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를 세웠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다리 복판에는 용머리를 조각한 돌이 계곡 물을 향하고 있어 장식적 효과를 주고 있는데, 예로부터 이것을 뽑아내면 다리가 무너진다고 전해오고 있다. 멀리서 계곡에 비친 용머리는 선암사 절경 중의 백미에 속한다.
이 외에도 최근 건봉사 능파교가 보물로 지정되었는데 1708년(숙종 24)에 축조되었고, 고해(苦海)의 파도를 모두 헤치고 이제 해탈의 부처님 세계로 건너간다는 의미에서 능파교로 불리고 있다.
Ⅳ. 내가 놓은 다리, 네가 건널 다리
인연의 만남은 ‘일기일회(一期一會)’며, 보살의 선근(善根)은 중생의 덕이므로 중생 회향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한 켜씩 쌓아 올린 돌다리의 무지개를 건너갈 이름 모를 무수한 타인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다리를 놓는다.
글· 홍대한/목아불교박물관 학예연구사
출처 : 월간 『불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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